노르뫼 길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인간에게 보내신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죽는다.

그런데도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죽음이 자신은 비켜갈 것처럼 여기며

영원히 살 것 같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인간의 죄는, 기만은, 고통은, 불행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께서는 이 점이 너무도 답답하고 안타까우셨을 것이다.

우주의 한 점 먼지와도 같은 인간의 삶. 언젠가, 아니, 곧 죽게 될 존재.

숨이 멎는 순간 영혼은 육신과 분리되고, 육신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져,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고통 받게 되는데,

이러한 날들이 멀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악을 행하는 인간들이

너무도 안타깝고 불쌍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예수님을 통해 깨닫게 해주고 싶으셨나 보다.

여기를 봐도 불행한 이들, 저기를 봐도 고통스러워 우는 이들,

세상은 이렇듯 슬픔으로 가득 차 있기에 당신이 백성으로 삼은 이들의 수난이

하느님 보시기에 매우 가슴이 아프셨을 것이고 필시 측은지심이 동하셨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을 보내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셨으니,

이것은 아비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식을 구해내

편안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이렇게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으니 내가 일러준 대로 살아라. 이런 심정은 아니었을지.

 

이제부터라도 죽음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 수 없는 인생.

죽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선하게 살고 즐겁게 살아야지.

 

 

노루뫼 전답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는 법.

그러나 지독하게 안 풀려서 괴롭고 괴롭고 또 괴로운 순간이 대부분이다.

잘 풀리는 순간은 정말 정말 짧고 또 다시 안 풀리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안 풀리는 고통을 잔뜩 겪은 뒤에야 찾아오는 잠깐의 기쁨이 창작의 희열이다.

 

그렇다. 글은 잘 풀릴 때보다는 안 풀릴 때가 더 많다.

안 풀릴 때의 답답함만 크게 생각하면 고통스런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이렇게 되면 창작하는 매 순간이 고통으로 점철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매 순간을 즐겨라.

잘 풀릴 때는 잘 풀리니까 즐겁고, 안 풀릴 때는 안 풀리는 것대로 즐거워하라.

잘 풀리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여겨라.

잘 풀릴 순간이 오려고 이렇게 안 풀리는 구나 생각하며  '이야, 이제 곧 기쁜 순간이 오겠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며 안 풀리는 순간을 즐겨라.

 

막혔던 부분이 어느 순간 갑자기 빵 터졌을 때를 떠올려봐라.

얼마나 통쾌하고 기뻤느냐.

그때 열 배, 백 배 즐거움을 느끼려고 안 풀리게 하시는구나, 이렇게 마음을 바꿔먹어라.

즐기면서 써라. 고통도 즐겨라. 곧 기쁨이 올 것이니.

그렇게 하루하루 즐겁게 쓰면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나는 참 즐겁게 살았어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매 순간을 기쁘게 즐기며 살아라.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실린 글귀를 매순간 반추하고 기억하라.

 

내 자신이 내 주인이 되어, 모든 존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두고서 사물을 대하라.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던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내 자신의 언행심사를 바르게 하고 의롭게 하는 데만 신경을 써라.

다른 사람들의 검은 마음을 곁눈질하며 신경을 쓸 시간에 내 마음가짐에 대해 늘 신경 쓰면서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지치지 말고 달려 나가려고 애를 써라.

그것이 선한 사람이 취할 태도요, 죽음이 왔을 때도 후회하지 않을 비책이며,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천국의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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